동오는 한숨을 쉬며 무너진 둥지 같은 집으로 돌아왔다. 손에 든 자켓을 집어던지고 넥타이를 뜯어내듯 풀며 무작정 소파에 몸을 던진다. 어디를 가든 에이스였을 것이었던 최동오는 사업에 있어서는 에이스가 못되었다. 그 시절의 동오는 좋게 말하면 낭만이 있었고, 달리 말하면 대책이 없었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공부 머리는 탁월했으나 뭐랄까... 사람이 가볍달까. ...
천장의 모서리를 보고 있으면 그 날의 일이 떠오른다. 그 모서리는 나를 찌를 것처럼 날이 서 있었고 두 변의 끝을 따라가다 보면 직각의 점이 나를 노려보는 듯했다. 그 점을 보고 있으면 아득히 먼 옛날의 미신 같은 것이 떠올랐고 나는 그게 왠지 불경하게 느껴져 몸을 일으켰다. 입이 텁텁했고 눈을 꿈뻑이다 협탁을 보았을 땐 물이 반쯤 담긴 컵이 있었다. 누군...
8월의 귀인은 죽어가고 현수는 한재호의 무게 없는 영혼에 대해 생각했다. 창밖으론 어김없이 새벽이 찾아왔고 지평선에 동을 틔웠다. 마치 현수의 삶을 증명이라도 하듯. 비춰오는 어스름은 건물 뒤로 긴 그림자를 널었고 그 그림자가 짧아짐에 따라 나의 목숨도 닳아 없어지길 바랬다. 사람의 목숨이 생각보다 구차하다는 걸 몇 번의 시도 끝에 알게 된 현수는 더 이상...
토니를 만나지 않는 날은 비슷하고 지루한 일상의 반복이었다. 어쩌다보니 피터에게 토니는 존재만으로도 일탈이자 일종의 자극이 되었다. 피터는 아무래도 좋았다. 언제나 토니의 연락을 기다리고, 토니와의 저녁식사를 기다리며 또 다른 일주일을 버텼다. 언제나 그가 저를 찾기만을 기다리는, 마치 그의 애완견이라도 된 것 같은 꼴이었지만 피터에겐 그 기다리는 시간마저...
피터는 좁은 제 방 침대에 거꾸로 누워 ‘Play boy’가 주고 간 그의 명함을 보았다. '스타크 번역회사 CEO/토니 스타크’ 그는 스타크의 번역회사의 CEO였다. 찾아보니 번역회사치곤 꽤 규모있는 회사였다. 내가 감히 그런 사람을 속이려 했다니. 피터는 알지 못할 감정 속에 휩쓸렸다. 그 중 가장 큰 감정을 꼽으라면 단연 두려움이었다. 잘못한 것도 ...
피터 파커는 가난했다. 가난한 이들은 흔히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산다고들 하지만 피터에겐 그 하루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학교는 장학금이 아니면 당장이라도 때려쳐야 될 판이라 공부엔 죽어라 매달리면서 밤에는 알바를 두세개씩 뛰고 새벽이 돼서야 집에 돌아와 쪽잠을 자고 두시간 뒤 다시 일어나 학교에 갔다. 피터는 이런 생활이 싫지 않았다. 감정이 무뎌진 걸까, ...
비가 왔다. 장마도 아닌데 거리에 쌓인 눈을 다 녹일 정도로 많이, 그리고 참 오래 비가 내렸다. '비 한번 참 징그럽게도 오네.’ 현수는 종말에 대해 생각했다. 눈은 자신의 미래를 알고 겨우내 땅바닥에 억척같이 내려앉은 걸까. 종내엔 녹아버릴 걸 저들도 잘 알 것이다. “형, 일어나봐. 형.” 현수는 옆자리에 곤히 잠든 재호를 흔들어 깨웠다. “형 비와....
‘어, 피네. 내 껀가. 내 껀 아닌데.’ 손을 씻으며 무심코 본 세면대 옆의 핏자국을 보았다. 분명 아침까진 없었는데. 내가 못 본 건가. 제 살점 어느 부위가 찢겨 피가 났나. 그렇다기엔 아픈 데라곤 아주 없이 말짱했다. 현수는 손을 씻다 말고 다 굳은 핏자욱에 물을 뿌려 닦는다. 이미 말라붙은 후인지 잘 닦이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기분이 나빠 더 벅벅...
@KINGMYEONGHEON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